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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풍 AU에 대한 로그플로렌시오 로그/썰 해시 등등 백업 2023. 9. 28. 23:43
위쪽 썰 기반 연성 머리에 희끄무레한 안개를 덮어쓴 것 같은 무언가가 서있었다.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깊은 숲. 녹음이 우거졌다기보다도 어둠이 너무 짙어서 낮에도 한기가 드는 산 속에. 그것은 마치 무언가 말을 할 듯이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엄마, 저기..."
"왜 그러니?"
"유령이 있어... 저기 하얀 거..."
"아마 거미줄인가보다."
아냐, 봤어- 라고 입을 열다가 아이는 자신의 입술과 목을 손으로 더듬었다. 따뜻한 숨결만이 느껴졌다. 몇 번이고 목소리를 내어 어머니를 부르려고 했지만 낮에도 어둡기 짝이 없는 숲길에 조바심을 내는 어머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다시피 걷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사고가 많이 난다니까, 얼른 빠져나가야지."
어머니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에, 아이의 목 뒤로 온도가 없는 무언가가 스치듯이 닿았다. 아이가 생경한 감각에 질겁하며 걸음을 멈추자 어머니가 아이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니? 발 아파?"
이번에는 확실하게, 싸늘한 손길 같은 것이 목덜미에 닿았다. 아이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달렸다. 뒤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점점 멀어졌다.
아이가 정신없이 숲길을 내달리다 멈춰섰다. 그리고 갑자기 큰 굉음이, 무언가 무너지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까지 있었던 곳으로부터 들린 소리였다.
"엄마!"
아이가 다시 소리를 치자 이번에는 제대로 목소리가 나왔다. 다시 나오는 목소리에 지레 놀란 것처럼 아이는 왔던 방향을 되돌아갔다. 방금까지 둘이서 걸었던 길에 낙석과 토사가 쏟아져 길이 아예 끊겨있었다. 그 앞에 어머니가 쓰러져있는 것을 본 아이는 어머니의 앞으로 달려갔다.
"엄마! 엄마!"
"미안해."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앞에서 기절해있는데도, 익숙한 그 목소리는 바로 등 뒤에서 났다. 어머니의 목소리, 어조, 말할 때 약간씩 콧소리가 섞이는 버릇까지 꼭 빼닮아있어서 소름이 끼쳤다. 아이는 어머니의 손을 꽉 쥐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색, 마치 안개처럼 희끄무레하게 빛나는 천을 길게 뒤집어쓴 그것은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너 때문이야! 너, 요괴지!"
"미안해. 여긴 위험해서..."
아이는 주변에 있던 돌을 마구잡이로 집어들어 던졌다. 하지만 돌은 요괴를 통과해 날아가다 툭 떨어질 뿐이었다. 풀잎 한 장조차도 눕히지 않는 투명한 걸음걸이로 다가온 요괴는 허리를 굽혀 아이와 어머니를 들여다보았다.
"정말 미안해. 그래도 곧 사람이 올거야..."
"그걸 어떻게 믿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요괴는 왔던 것처럼 옷자락 하나 흔들리지 않은채로 물러났다. 몇 번 더 고개를 기울여 살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저 멀리 멀어졌고, 아이는 씩씩거리며 손에 들었던 돌을 내던졌다. 그리고 어머니를 다시 흔들어 깨우려고 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멀리서 자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엄마가 다쳤어요! 반향이 큰 목소리가 온 숲을 울렸다. 여러 사람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보살핌을 받아 곧 깨어나고,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하자 제일 나이 든 사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목소리 훔쳐먹는 요괴가 또 나왔구먼. 그게 나올 때마다 사고가 나니."
"어차피 이제 길도 막힌 거 여기보다 좀 더 아래쪽으로 길을 냅시다."
"인제는 진짜 그래야겠소."
어른들의 부축을 받은 어머니의 옷자락을 꼭 쥐고 산길을 도로 내려가며 아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무 사이에서 희끄무레한 천자락이 나부꼈다.
이후 그 산길은 폐쇄되었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는 길조차 없어져 아무도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목소리 훔쳐먹는 요괴의 소문이 끊어진 것도 그 즈음이다.'플로렌시오 로그 > 썰 해시 등등 백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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