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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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시오 11살] 1 HIT! 2 HIT! 쓰리 강냉이!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2023. 9. 26. 20:51
"여자애가 그렇게 성질이 나빠서 어디다 쓰냐!" "예?" 수업과 수업 사이에 이동하던 중, 플로렌시오는 식당에서 포장해와서 입에 물고 있던 샌드위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래서 플로렌시오의 발음은 부정확했고, 솔직히 말해서 앞에 있는 상대에 대해서 예의라곤 전혀 갖추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답은 '엥?'과 '예?'에다 어이없는 웃음소리까지 섞여서 실제로는 '옣?'에 가까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너, 너, 어제 나한테 그런 말이나 해놓고!" "무슨 말, 아, 네..." 그러고보니 어제 말을 걸어서 '봐달라'고 말했던 선배가 이 선배였나, 플로렌시오는 귀찮게 됐다는 생각에 쓰고 있던 안경이나 다시 고쳐썼다. 적당히 들어주고 가든가 해야지, 플로렌시오는 딱 세 번만 말을 듣기로 했다. "귀귀귀엽게 생겨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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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시오 17살, 겨울] 해가 뜨기 전에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2023. 9. 15. 07:30
플로렌시오는 꽤 오랫동안 기차역 앞의 광장에 있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기차역이었고,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곳이기에 ‘로미’의 모습을 하지 않고 원래 모습으로 있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곳이었다. 오늘은 거기다 한 해의 끝인 날이기도 해서 이런 외진 곳을 굳이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플로렌시오는 여전히 자신이 선하다고는 믿지 않았지만, 방학 전에 네모스와 대화를 나눴던 것처럼 용기와 노력에는 보답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했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것은 아침이었지만 해는 진작 산 너머로 저물어 기차역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추운 천계에 익숙했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큼은 다행이었을까? 정 추울 때는 마법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니 추위에 떨며 오지 않는 상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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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시오 16살, 겨울] 로미에 대한 부록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2023. 8. 30. 03:25
이름: 로미 (리테가 부르는 애칭인 '플로미'에서 '로미' 부분만을 떼왔다) 외견: 갈색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흠집과 얼룩으로 렌즈가 더러운 커다란 안경, 회갈색 로브, 다소 구부정한 자세, 짐 중에 포함된 아코디언.(연기수업을 많이 들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연기가 어설프다) 그 외: '로미'에 대해서는 친구들에게는 딱히 비밀이 아니지만 연기 수준을 지적받으면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로미에 대한 것은 러닝 중 자유롭게 설정해 주셔도 됩니다.(ex. 지나가다가 로미에 대해서 들었다 그거 너지, 마지막 스텔라들에 대한 노래 뿌린 거 너냐, 등등) 눈이 녹았다. 언제나 눈이 오고, 또 눈이 쌓여있다는 걸 전제로 물류의 유통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이동동선이 짜여져있는 천계였으나 전 세계에서 이상현상이 발견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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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시오 14살, 여름] 비밀 이야기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2023. 8. 8. 22:59
이건 비밀이야. 그래서 말하지는 않을거지만. '좋아하는 건 많고, 싫어하는 건 딱히 없어요.' 나는 그걸 내가 가진 큰 장점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걸 장점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 그걸 장점이라고 소개할 때마다 어른들은 대견하다는 얼굴을 했고, 또래 친구들은 부럽다거나 못 믿겠다거나 하는 반응을 보였지. 그래, 맞아.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싫어하는 건 없고, 좋아하는 건 많아. 왜냐면 다른 누군가가 무언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로 삼았거든. 토마토의 향기, 아보카도의 식감, 춥고 더운 것. 나한테는 모두가 견딜만한 것이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거니까. 하지만 뭘 봐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명확한 이유가 존재하는 좋아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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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시오 12살, 겨울] 방학에 있었던 일플로렌시오 로그/개인 로그 2023. 8. 8. 22:58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 누르면 딩,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배운 음계를 도, 레, 미, 파, 하고 짚으며 올라갔다. 왼쪽의 건반일수록 무거운 소리가 났고, 오른쪽의 건반일수록 가벼운 소리가 났다. 여섯 살 난 플로렌시오는 아직 잘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를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했다. 틱, 틱틱, 어떤 건반을 눌렀을 때 고르게 이어지던 음계가 이어지지 않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플로렌시오는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건반을 눌러보다가 손을 들었다. "할머니! 이거 소리가 이상해요!"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다 세어도 자세만은 꼿꼿한 늙은 신관이 플로렌시오의 옆에서 피아노를 살폈다. 건반을 두어 번 눌러보고, 뚜껑을 열어 살피고... 신관은 뚜껑을 도로 덮으며 난처한 얼굴을 했다. "조율할 때까지는 못 쓰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