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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목이 그려진 편지, 루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2. 17:01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루에게 보낸 편지는 옅은 미색에 요정계의 수호목을 흉내낸 옅은 회색 그림이 들어간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루에게 동봉한 선물은 '손톱만한 분홍색 산호구슬을 꿴 팔찌'입니다. 산호는 관리가 까다롭다는 말에 플로렌시오가 보존 마법을 한 번 더 걸어서 발송하였습니다.)
'쥐'를 가지고 계신 스텔라, 루 귀하.
지금 생각해도 좀 신기하다 싶은 게 그림이 어떻게 움직이는건가요? 마도구로 그린다고는 해도 그림이 움직이진 않으니까요. 저는 귀하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고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표구해서 방 한쪽에 걸어뒀답니다. 하지만 액자 색이 그려주신 그림에 비해 좀 둔탁한 색인 것 같아서 나중에 바꿔볼 생각입니다. 어떤 색이 어울릴지 그림을 그려주신 화가께서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요.
요정계를 여행하다보니 어느 커다란 마을에 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휴양지 쪽으로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현상 때문에 마차의 차편 몇 개가 정지된 상황에서 그나마 움직이는 차편 중 하나였거든요. 나란 마을. 네, 귀하께서 나고 자라신 마을입니다. 저도 예상치 못하게 방문하게 되었던 거고 얼마 못 가서 다시 나와야했던지라 길게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좋은 마을이었습니다. 다들 느긋하시고, 관광객에게도 관대하시던걸요.
아마 귀하께서 마을에 계셨고, 저를 스쳐지나가셨더라도 알아보기는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변장용 마법을 따로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편지에 변장한 모습이라도 알려드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또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의 수수께끼로 남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전 음유시인으로 머물렀습니다. 마법사가 아니라. 물론 이 말을 보시면 귀하께서는 '유명한 관광지에 오는 음유시인이 몇인 줄 알아?'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이러다 개학 이후에 궁금하게 만들었다면서 멱살부터 잡히는 거 아닌가 몰라. 살려줘, 루.
귀하에게는 어떤 선물이 어울릴까 고민했는데, 귀하의 손목이 비어있었다는 게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전에 용계 바닷가를 지나갈 때 항구에서 상인이 팔던 팔찌를 사놓은 게 있기도 했구요. 저는 붉은색보다는 파란색 쪽이 좀 더 좋았기 때문에 색이 예뻐서 샀던 것치고는 쓸모를 찾지 못했는데, 지금 선물을 고민하며 들여다보니 귀하의 눈색이 생각나는 분홍빛이 도는 산호네요. 작은 산호 파편을 구슬로 가공한 뒤 하얀 실로 엮은 팔찌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어딜가나 이상현상에 대한 피해가 빈발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날씨도 추운만큼, 바깥에 나가실 일이 있다면 꼭 주변인에게 미리 행선지를 알려두시길 바랍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정계, 나란 마을 인근의 강 기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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