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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초 향기가 밴 베이지색 편지, 리테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2. 18:13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리테에게 보낸 편지는 베이지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베이지색이며 옅은 약초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리테에게 동봉한 선물은 '요정계에서 나는 약초 꾸러미, 간호에 관한 책, 그리고 얇고 가는 금박 장식이 들어간 붉은 리본'입니다. 리본은 충분히 길이가 길어 장식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언제나 신실한 친구, 리테 귀하.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식사 시간마다 꼬박꼬박 식전 기도를 하는 친구들이 몇 없는데 그 중에서도 귀하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인데, 저희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선생님들이 보시거나 하면 귀하가 우리 마지막 스텔라들의 학년 대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귀하가 식사하는 옆에 친구들이 많이 모이더라구요. 물론 이유는 다들 제각각이겠지만, 그만큼 귀하께서 편안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요.

    귀하가 이번 수확제에서 여신 부스는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인상 깊었냐면, 귀하께서 여실 것 같은 부스가 아니었다는 점에서요. 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를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고, 귀하께서 그런 부스를 구상하신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안의 귀하는 소리 지른다, 라는 행위와 굉장히 거리가 먼 탓에 그런 생각이 드나봅니다. 부스의 이용 상황을 하나하나 기록하신 것도 꽤 재밌었어요. 레이븐은 솔직히 진짜 한 맺힌 외침이던데 나중에 뭔가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하나? 라고 1초 정도 생각했는데... 걔가 나보다 요리 더 잘하지, 참...

    애써 밝은 이야기를 먼저 적기는 했지만, 정말 쓰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기에 고민 끝에 편지에 적습니다. 할머님의 상세는 좀 어떠실까요? 귀하가 학기 중에도 어두운 표정을 하시는 것이 간혹 보였기에, 신경이 쓰입니다. 물론 제가 걱정을 한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가끔 신전이 있는 마을을 지나칠 때마다 신전에 들러서 기도를 할 때면, 귀하의 할머님이 부디 하루빨리 건강해지시길 빌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물을 고를 때에도 그런 쪽으로만 생각이 돌더군요. 별 수 없겠다 싶어서 몸을 보하는 데에 좋다는 약재를 첨부하여 보냅니다. 요정계는 아무래도 학식 높은 이들이 많고 온갖 약초들이 자생하기도 하는 곳이니까요. 더불어 간호에 대한 책도 함께 보냅니다. 책갈피에는 귀하께 따로 드리는 선물을 끼워두었어요. 얇고 선이 가는 금박이 끄트머리에 들어간 붉은 리본입니다. 할머님께는 귀하가 정말로 귀한 손녀이실테니, 때로 예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안심시켜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조금 더 리테에게 좋은 말을 고를 수 없을까 많이 고민했지만, 이 정도 밖에 쓸 수 없다는 게... 나도 아직 배움이 부족하다는 증거로 느껴지긴 하네. 멘카르에 더 남아있는 게 나았을까.

    겨울은 아직 가시지 않아 추우니만큼, 방안의 온도와 습도 조절에 유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조금 더 여행할 예정이라, 혹시 다른 지역에서만 나는 특정 약초가 필요하다면 천계의 마리앤 상단으로 편지 보내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구해서 보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정계, 약초 마을로 이름이 높은 마을의 시장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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