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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민트색 편지, 채시티 에이드리엔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3. 06:06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채시티에게 보낸 편지는 엷은 민트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채시티에게 동봉한 선물은 '노란색 별모양 손인형'입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무난한 사이즈에 말랑하고 폭신한 촉감입니다.)
핫소스 여왕님, 채시티 에이드리엔 귀하.
왜 채시티의 핫소스가 들어간 음식은 어느 때는 먹을만하다가 어느때는 죽을 것 같지... 채시티 혹시 핫소스 농도 다르게 가지고 다녀? 아닌 거 같긴 했는데... 이번 미트파이도 한 번 사서 먹어볼걸 그랬다. 어떤 정도인지 확인해보면 좋았을텐데.
그러고보니 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는데, 귀하는 집에 돌아가시게 되면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시는 편인가요? 다른 게 궁금한 게 아니라 저나 다른 친구들에 대해서 말할 때 어떻게 말하시는지 궁금해서요. 좀 더 솔직하게 물어보자면, 저에 대해서 정말로 시종이라고 말하셨는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아무래도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근데 이러다 설마가 천사 잡으면 어쩌지... 나중에 이야기만 해줘. 그냥 시종 행세할테니까.
예전에 언니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으셨었지요. 의도치 않게 같이 모여있다 들어버린 정도기는 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 잘 몰랐습니다. 무엇을 말해도 귀하께서 슬퍼하실 것 같았거든요.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침울해하시는 것도 신경이 쓰입니다. 화를 내는 모습이 더 어울렸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귀하를 포함해서 다른 친구들이 웃는 모습인 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방학이 끝나면 이제 마지막으로 반을 선택하고, 정말로 졸업반이 되어버리니 그 때에는 좀 더 많이 웃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17살에는 어떤 반으로 가시게 될까요? 저는 매번 반을 바꿀 수 있을 때마다 바꾸고 있는 편이어서, 또 내년에는 페크다로 가기로 정해놓은 터라 귀하와 한 반이 되었던 건 13살과 14살 정도 뿐인 것 같아 가끔 서운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반은 크게 중요하지 않고 소속된 반에서 심화 수업을 들을 수 있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라지만 말이에요. 귀하께서는 매년 카펠라에 계셨지만 저는 마법에 대해서는 이 이상은 공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고 싶었던 마법도 있고 쓰고 싶었던 마법도 있었지만, 둘 다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요. 언제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니 마법이라는 이름의 기적으로 그걸 붙들어 둘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제가 아니라 이미 변해버린 제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꼴만 될 것 같더군요. 그래도 마법을 쓰는 건 여전히 즐겁고 편하니까, 나중에 제가 마법을 쓸 때 도움이 필요하면 가르침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이왕이면 친구한테 배워보고 싶었거든. 멘카르에서 랑누이랑 블루벨, 그리고 반은 달라도 다에바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처럼 말이야.
같이 보내는 선물은 작은 손인형입니다. 우리가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바다별과 비슷한 모양이길래 귀여워서 샀습니다. 색이 샛노란색인 것만 빼면 불가사리 같아보이기도 하네요. 귀하께서 울거나 화내실 때 무언가를 꽉 쥐시는 버릇이 있으신 것 같아서 보내는 선물입니다. 그냥 손을 쥐면 손톱 때문에 손바닥이 다칠테고, 옷이나 손수건은 상할테고, 머리카락은 더더욱 곤란하니까요. 일부러 작은 사이즈로 골랐으니까 가지고 다니시면서 분하실 때가 있으면 주머니 안에서라도 꽉 쥐어보세요. 촉감이 말랑말랑하고 폭신해서 기분이 좀 나아지실지도 모릅니다.
악마 친구들한테는 감기 조심하라고 꼭 말하고 있고, 그래서 여기에도 똑같이 씁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몸을 늘 따뜻하게 하세요. 아프면 힘드니까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정계, 어느 여관 식당 한구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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