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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스텔톤의 하늘색 편지, 프레데리크 뱅상 딜런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4. 23:53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프레데리크에게 보낸 편지는 파스텔톤의 하늘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프레데리크에게 동봉한 선물은 '얇은 빨간실로 엮어서 작은 금빛 방울을 단 팔찌와 어린아이용 팝업북'입니다. 팝업북의 내용은 글자자는 없이 오려낸 그림만으로 짧은 동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늘 다정하고 한결같은 친구, 프레데리크 뱅상 딜런 귀하.

     

    일전에 대화를 나눴을 때 목소리가 많이 상해있던 것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좀 괜찮으실까요? 겨울의 천계는 추우니 다른 이유로도 목이 상할 수 있어서 염려가 됩니다.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주세요. 내가 목소리 때문에 고생해봤어서 그런지 좀 남일 같지가 않네...

    지금 귀하께서는 어디에 계실까요? 저는 여행길에 올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카데미를 입학하기 전에는 마을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딜가건 새로운 모습이 많이 보여서 즐겁습니다. 천계는 언제나 눈이 녹지 않는 곳이 많다보니 추위에만 신경쓰면 됐는데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려니 짐을 꾸릴 때 좀 더 신중하게 되더군요.

    짐이 늘어나는 건 사실, 제가 좀 사서 고생을 해야한다고 해야할지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미리 골라놓는 탓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원래는 편지를 쓸 때 편지만 보내면 심심할까봐 첨부하기 시작한 거였는데, 가면갈수록 선물을 보내기 위해서 편지를 쓰는 느낌이 되더니... 지금은 선물과 편지를 얼른 보내지 않으면 짐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주객전도란 건 상상이상으로 무섭네요. 귀하께서도 이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을까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는 경험 말이죠.

    다른 친구들에게 해본 적은 없는 이야기인데, 혹시 귀하도 어릴 적에 좀 이상한 꿈을 꾸거나 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에 마을 어르신 한 분이 천사들의 헤일로도 이빨처럼 새로 나는 거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헌 헤일로는 어떻게 되냐고 여쭤봤더니, 만질 수 있게 됐을 때가 헌 헤일로가 됐을 때니까 끌어내려서 먹으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이상한 이야기죠? 그리고 난 그걸 믿었지... 그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은 계속 헤일로를 만져보려고 했었습니다. 나중에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시길, 그 말을 하신 어르신의 의도는 기지개를 쭉쭉 펴보라는 뜻이었을거라고 하시더군요. 어린아이들에겐 중요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즘도 가끔 헤일로를 바삭거리면서 과자처럼 씹어먹는 꿈을 꿉니다. 유감이지만 맛은 기억 안 나요. 나면 더 웃기겠지만요.

    이전에 귀하께 동생이 생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귀하의 선물에 더해 동생분에게 보내는 선물도 같이 보냅니다. 귀하에게는 작은 금색 방울이 달린 빨간색 팔찌, 그리고 귀하의 동생분에게는 작은 팝업북을 보내드립니다. 사용된 종이가 두꺼운데 날카로운 모서리는 전부 다듬어서 연출한 거라 어린아이가 마구 만져도 다치지 않는다더라구요. 그리고 금색 방울이 달린 팔찌는... 아이들을 달랠 때 효과가 좋았던 기억이 나서 함께 보냅니다. 연장자 역할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있으니까요. 언젠가 한 번 놀러가도록 할게요.

    어린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똑같이 추운 계절이니만큼 건강에 각별히 신경써주세요. 아이들은 금방 옮기도 하니까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정계, 새벽의 어둠이 아직 덜 가신 여관방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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