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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가렛이 그려진 분홍색 편지, 플로리아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5. 03:01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플로리아에게 보낸 편지는 마가렛이 그려진 분홍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플로리아에게 동봉한 선물은 '마가렛과 토끼풀을 엮어 만든 조화 리스'입니다. 마가렛과 토끼풀 둘 다 조화이지만 감촉은 제법 그럴싸하게 재현된 리스이며 사이즈는 방문에 걸 수 있는 평균적 사이즈입니다.)

     

     

    동화 속의 우아한 공주님 같은, 플로리아 귀하.

     

    오늘 하루도 평안하셨을까요? 이제는 손에 완전히 익어버린 펜을 손에 굴리다 편지를 적어보냅니다. 귀하께서 이 편지를 받고 기뻐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작은 소망을 담아보내요.

    까지가 제 한계입니다. 아, 분명히 이런 책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고 막상 쓰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안 써질까요? 수련과 배움이 부족한걸까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귀하께서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하실까 싶어서 추가로 덧붙입니다. 귀하에게 편지를 보낼 때, 한 번쯤은 이렇게 써보고 싶었거든요. 로맨스 소설에 자주 나오는, 먼 곳에 사는 친구와 편지로만 교류하는 아가씨 말이에요. 발신인을 확인하셨다면 확인하신대로 저답지 않은 첫머리에 놀라셨을 것이고, 확인하지 못하셨다면 아마 누가 보냈는지 발신인을 다시 확인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어느쪽이건 귀하에게 뜻밖의 즐거움과 놀라움을 드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플로리아는 내가 이런 말투 쓰는 거 별로랬던가? 친구들한테는 다 이런 말투로 편지를 쓰긴 했는데, 플로리아한테는 원래 말투 그대로 편지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대로 적어 보낼게. 플로리아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나는 요정계에도 잠깐 들렀고, 여기저기 발 닿는대로 여행하고 있어. 친구들에 대한 노래를 듣기도 하고, 소문도 얻어듣고. 좋은 소문도 있지만 나쁜 소문도 그만큼 많아서 내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

    사실 나 변성기가 오면서 정말로 노래를 포기할 작정이었어. 하지만 플로리아도 그래줬었고, 다른 친구들도 내 노래가 좋다고 해줬었지. 그것 때문에 노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 어떤 의미로는 변해도 좋다는 결심이 섰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 전까지는 카펠라에서 내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거든. 변신 마법이나, 고정 마법이나, 금기라 뭐 알 수 있는 건 없었어도 시간 마법까지. 변하는 건 무섭다고만 생각했는데, 너희들은 나한테 변해도 괜찮다고 해준 셈이니까. 역시 이런 말투로 쓰니까 좀 더 속엣말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플로리아는 이름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취향도 그렇고... 전부 꽃 선물이 어울릴 것 같은데, 나, 꽃 꺾는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야. 탐험 나갈 때 가져왔던 꽃도 바닥에 우연히 떨어져있던 걸 주워왔던거였거든. 어차피 우편으로 보내면 생화는 반드시 시들테니까 보내기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조화로 엮은 리스를 첨부해서 보낼게. 토끼풀이랑 마가렛을 엮은 리스라고 하더라구. 흰색이랑 녹색이 예쁘게 어우러진데다 마가렛의 꽃술이 샛노란색이라 들판에 별이 떨어진 것처럼 귀엽더라구. 그리고 마가렛은 플로리아의 탄생화이기도 한 것 같아서.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어쩌나 싶긴 하다...

    겨울엔 꽃도 잘 안피고 들판도 삭막한 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바깥에서 산책 자주 해. 옷 잘 챙겨입는 거 잊지 말고.

    편지 답장 주면 기쁠 것 같아. 아니어도, 개학 때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천계, 장식용 조화 전문 상점 앞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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