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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뿔 그림이 그려진 녹색 편지, 하룬 이스칸다르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5. 03:36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하룬에게 보낸 편지는 검은 뿔 그림이 귀퉁이에 그려진 녹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하룬에게 동봉한 선물은 '검집 째로 감싸서 보호할 수 있는 가죽 보호구'입니다. 가죽끈으로 동여매서 빗물이나 먼지에 검 본체는 물론이고 검집도 상하지 않게끔 해주는 용도입니다.)
많이 변한 것만 같은, 하룬 이스칸다르 귀하.
귀하와는 입학식 때 같은 조로 처음 만났으니 어떤 의미로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근소한 차이로 좀 더 오래 본 사이가 되겠네요. 귀하는 그 때로부터 많은 것이 변한 듯 보입니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일지는 타인이 가늠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말은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적어도 무언가가 더해졌으니 있을 수 있는 이야기겠지요.
기껏 편지를 보내서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하기도 그러니 다른 이야기를 할까요? 수확제 때 귀하께서 아카드의 부스를 돕고 계셨던 장면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귀하께서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실 줄 알았거든요. 거기다 따로 부스를 낸 다른 용족 친구들을 제외하고 다 모인 셈이기까지 했으니,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저 같이 놀란 시선을 보낸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스 한 번 들러볼걸 그랬어. 나도 바쁘기야 했지만... 그런데 가끔 부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서 그건 좀 신기했습니다. 서빙 중에 음료를 엎고 비명 지르는 거였을까요.
여행중에 용계를 지나다보면 용족 친구들의 개성 있는 성격이 이해가 되곤 합니다. 호전적인 성향이신 분들이 많아 고생을 좀 하기도 했구요. 대부분은 제가 약해보이니까 무시하고 지나가시는 편이긴 했는데, 어느 곳에서는 스텔라의 증표를 들키는 바람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전투 시에는 마법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또 마력을 어떻게 분배해야하는지를 실전에서 익혀버렸지요.
다신 겪고 싶지 않아.그래서 그 뒤로는 펜던트를 꼭꼭 숨겨다니고 있습니다. 제 외형은 특정되기 쉬운 편이니 잘 가리기도 하구요. 그렇게 여행하다보면 이스칸다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서,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귀하의 집이긴 하지만 천계에서만 나고 자란 제게는 이스칸다르가 특별한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반응하기가 곤란하긴 하더군요. 귀하라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중에 여쭤보고 싶긴 합니다.귀하에게는 어떤 선물이 어울릴지 고민을 좀 해봤는데, 귀하께서 대련장이 열린 이후로 검을 자주 쓰시는 걸 보아서요. 어머니께 검을 쓸 때 주의해야하는 점을 여쭤봤을 때 검은 꾸준히 관리해서 녹슬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기에, 질 좋은 가죽으로 무두질하여 만들었다는 보호구를 함께 보냅니다. 가죽끈도 같은 가죽으로 만든거라 튼튼하고 빗물에 강하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것은 아무리 잘 써도 보호용이라 결국 소모품이 되기 마련이니 귀하께서도 부담없이 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련하실 때에도 너무 체력을 소진하지는 마시고, 쉴 때는 물을 많이 드셔주세요. 겨울은 건조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기 쉽기도 하니까요.
담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용계, 가죽공예로 유명한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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