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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광택이 나는 편지, 자멜 케칸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3. 05:23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자멜에게 보낸 편지는 은빛으로 금속적인 광택이 나는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자멜에게 동봉한 선물은 '반자동 스틸레토 한자루와 스노우 플레이크 흑요석 원석'입니다. 칼날을 빼는 것은 버튼 하나로 가능하지만 넣을 때에는 버튼을 다시 누른 상태에서 다른 곳에 누르거나 해야 칼날이 다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흑요석은 편지에도 언급되어있듯 하얀 눈송이 같은 무늬가 있는 흑요석 원석으로 깨지지 않게 강화 마법을 걸어서 발송하였습니다.)
불꽃과 녹은 금속과 빛나는 것들의 총아, 자멜 케칸 귀하.
좀 거창하게 써도 괜찮을 것 같아서 써봤어. 마음에는 들려나 모르겠네. 어쩌면 부끄러워했을 수도 있겠다. 너무 거창한 수식어라고 말이야. 하지만 나는 자멜이 그렇게 언제든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철회하지는 않을거야.
다시 바꿔서, 좋은 방학 보내고 계실까요? 위쪽에서 한껏 놀려놓고는 무슨 소리냐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편지는 늘 친애를 담아서 보내고 있습니다. 다소 장난을 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난 자멜도 좀 놀리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귀하께서는 오늘도 불가에 앉아 금속을 들여다보고 계실까요? 귀하께서는 종종 본인의 작품을 연습작이라고 표현하시기도 하지만 제 눈에는 귀하께서 들이신 정성이 어느 것 하나라도 모자람이 없는 것 같아 귀하의 말씀을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생각해보면 귀하의 부스에 칼을 갈러 갔을 때 반지를 하나 정도 사둘 것을 그랬다고 후회하는 중입니다.
왜 깜박했지, 내가... 왜지...그 때 갈아주셨던 칼은 잘 사용하였습니다. 탐험 때에도 자주 사용했지만 여행중에는 더없이 유용한 물건이라서요. 얼마전에는 몬스터의 덩굴에 잡혀있던 사람을 구출하는 데에 쓰기도 했습니다. 마법을 쓰자니 주변의 몬스터들이 마력을 감지하고 한 번에 달려올 것 같았거든요. 그 일은 제가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귀하께서 갈아주시지 않았다면 덩굴을 잘라내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테니 귀하의 공로도 어느 정도 있는 셈이 될 것 같습니다.다만 그 칼이 지금은 제 손에 없는데... 그 분께서 몬스터에게 잡혀가면서 짐을 거의 다 잃어버리셨다고 하시더군요. 많이 고민해봤는데 저와는 목적지도 다른데다 일정이 촉박하신 분이라 그냥 제 칼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귀하거나 비싼 물건은 아니었지만 귀하께서 직접 갈아주셨던 걸 생각하면 좀 아깝기는 하더군요. 어쩌면 제가 그 분께 칼을 넘겨드렸던 것처럼, 그 분도 나중에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해서 그 칼이 전세계를 떠돌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좀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다시 그 칼을 손에 넣게 된다면, 언제가 되어도 좋으니 귀하의 대장간으로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그 때 한 번 더 날을 세워주세요.
귀하께서는 보석이나 광물이나 무기 같은 것에 관심이 있으신 것을 익히 알아 이번에 여행할 때는 귀하가 좋아하실만한 물건을 일부러 골라보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뻐야하는 게 맞지만 이왕이면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기뻐해야 보람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자동으로 칼날을 빼낼 수 있는 스틸레토를 한자루 첨부해서 보냅니다. 단검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송곳처럼 생겼는데, 날 부분이 손잡이 안쪽에 숨겨져있다가 버튼 하나를 누르면 튀어나오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게 바로 소설이나 연극에 자주 등장하는 암살용 무기인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무기 한 자루만 달랑 첨부해서 보내기에는 편지 내용과 다르게 너무 살벌한 것 같아 이 지역에서 채굴된다는 흑요석 원석을 같이 보냅니다.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무늬가 있어서 스노우 플레이크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흑요석도 깨뜨려서 잘만 연마하면 무기로 쓸 수 있을만큼 날카로워진다고도 하니 이런 것을 익히 잘 알고 계실 귀하께도 좋은 선물인 것 같아서요. 근데 그럼 결국 살벌한 선물 2개가 되는 거 아닌가. 혹시 모르니까 안 깨지게 강화 마법 걸어서 보낼게.
귀하께서는 불가에 오래 계실테니 추위에 대해서 걱정은 좀 덜었지만 무리하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수면부족은 손끝을 흔들리게 하기 마련이니까요. 건강에 조심하세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용계, 흑요석 광산으로 유명한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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