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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엷은 분홍색 편지, 웰룬드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2. 03:17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웰룬드에게 보낸 편지는 엷은 분홍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웰룬드에게 동봉한 선물은 '작은 진주와 수정 비즈를 여러겹으로 엮어 늘어뜨린 은 머리핀'입니다. 머리핀에서 해당 장식만 떼어서 다른 곳에 달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웰룬드가 이전에 '세렌디나벨'이 병기되어있는 책들만 모아서 가져가는 것을 본 이후 웰룬드에게 쓰는 편지는 '세렌디나벨'을 생략하였습니다.)

     

     

    봄빛 머리카락의 웰룬드에게.

     

    귀하와 데네브에서 함께 공부했던 시절이 꽤 멀게 느껴집니다. 물론 귀하께서는 데네브의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여러 반의 수업을 들으시고, 또 다른 곳에서라도 아예 마주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느낌이 그렇다고나 할까요? 저는 내년이면 페크다로 반을 옮길 예정이지만, 올해 그랬듯이 음악 수업을 들으러 데네브에 갈 일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 그 때가 되면 또 같이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편지를 쓰기로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여행 중에 귀하와 닮은 흰색 뿔을 가진 분을 멀리서 본 적이 있어서입니다. 인간계의 항구에서요. 혹시 몰라 마주쳤던 위치를 대강 표시한 지도를 보냅니다. 귀하께서 싫어하시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기에 그 이상의 이야기는 편지에 적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몸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선셋이랑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로 걱정되니까, 웰룬드는. 제 외모도 특정당하기 쉬운 외모라 귀하와 동기라는 게 알려지면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아 급히 몸을 피하느라 편지를 보내는 건 다소 늦어졌습니다.

    예전에, 웰룬드가 세렌디나벨이 쓰여있던 이야기들을 골라서 가져가는 걸 본 적이 있었지. 마계의 왕께서 오셨을 때 말이야. 혹시 괜한 배려였다면 먼저 사과해둘게. 하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나는 그냥 웰룬드 편이라는 것만 말해주고 싶어. 정말 그것뿐이야.

    이전에 했었던 봄빛 머리카락의 웰룬드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이번 여행 때는 그런 소문도 빠짐없이 들으려 노력하면서 다녀서인지 친구들에 대한 소문만으로도 노트 하나를 새로 사야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귀하께서 보시고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번 방학이 끝나면 저도 본격적으로 꿈을 향해 노력해야할테니 이 노트는 소중히 간직하려고 합니다. 위장 마법과 도난방지 마법을 동시에 걸었으니까 훔쳐가는 건 어려울걸. 혹시라도 그럴 생각이 있다면 부디 포기해주길 바라. 좋은 소문도, 나쁜 소문도 가리지 않고 일단 모아두었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 좋은 소문을 적은 페이지만이 계속해서 늘어갑니다. 아름답고 강하며 봄빛 머리카락에 하얀 뿔을 가진 마지막 스텔라에 대한 노래를 하나 정도는 부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그 소문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봄빛 머리카락'이라는 지칭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은 제 마음인 법이죠. 그래서 이왕이면 그 머리카락에 어울리는 장신구를 골라서 함께 보냅니다. 작은 수정과 진주를 엮어서 마치 물결처럼 일렁이며 떨어지는 장식이 달린 머리핀입니다. 귀하께서 반짝이는 물건을 좋아한다고 하신 것도 영향이 있지 않았나싶네요. 이 핀을 예전에 귀하가 사셨던 티아라 한쪽에 꽂아도 아름다운 포인트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그 때에도 한 말이지만 이왕이면 졸업파티 때 그 티아라를 쓰신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내 생각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강요는 아니지만 말이야. 미련이 남는지 자꾸 말해보게 되네.

    아직 겨울이 온전히 가시지 않았고, 날씨는 여전히 추우므로 돌아다니실 때에는 꼭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인간계, 멀리 바닷가가 보이는 고갯길의 쉼터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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