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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파도무늬가 그려진 바다색 편지, 엔샤 데 리르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2. 00:15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엔샤에게 보낸 편지는 하얀 파도무늬가 그려진 짙은 청색 편지지입니다. 색이 들어간 편지지라 내용은 하얀색으로 쓰여있습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엔샤에게 동봉한 선물은 '손톱만한 진주가 일렬로 장식된 작은 빗핀'입니다. 크기는 손안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작은 편입니다. 실제 착용했을 때는 빗핀을 꽂았다기보다도 조금 큰 사이즈의 실핀을 꽂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토끼인형 그냥 팔아주면 좋겠다 싶은, 엔샤 데 리르 귀하.

     

    첫머리부터 적긴 좀 그렇다 싶지만 수신인에도 적은 걸 어쩌겠어? 토끼인형 팔아줘. 팔아주세요. 제발요. 난 진지하다고. 처음엔 토끼를 잡으러 간다고 해서 의문스러웠고, 귀하께서 평소 랜돌프 씨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시는 것 같아서 혹시?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부스 설명을 보고 안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랜돌프 씨 생각해보면 엔샤가 이길리는 없나? 알리콘데이지도 랜돌프 씨한테 맞아서 피본 적이 있는걸. 혹시 몰라서 적는거지만 진짜로 랜돌프 씨와 싸워보려고 하시지는 마세요.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제가 블루벨한테 혼날테니까요. 아니면 싸우게 되시더라도 제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수확제 때 확실하게 느꼈던거지만 귀하께서는 손재주가 좋으신 것 같은데, 혹시 그쪽으로 진로를 고민해보신 적이 있나요? 수확제 때 자멜의 부스도 전문적이어서 놀랐지만 귀하의 부스도 그에 뒤떨어지지 않는 퀄리티였다고 생각하거든요. 금속과 천이라 분야는 정반대인 것도 재밌었습니다. 어쩌면 같은 학교 친구가 보내는 편지에서까지 진로 이야기나 재능 이야기를 봐야하는거냐며 질색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왠지 귀하를 보면 장난이 치고 싶어집니다. 편지를 쓸 때도 좀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귀하가 전에 하셨던 말마따나 저는 허약한 천사니까 이 정도는 봐주시겠지요? 저는 내년에는 페크다로 반을 옮길 예정이지만, 거기서 페크다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듣는다고 해도 귀하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도통 들지가 않네요. 그래서 선물은 제 마음대로 골라서 보냅니다. 물론 다른 친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제 마음대로 고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요.

    같이 보내는 선물은 귀하의 것이 맞습니다. 진주로 장식한 빗핀. 따로 요란스럽게 머리를 묶거나 틀어올릴 필요없이 머리를 대충 빗은 다음에 꽂기만 해도 되는 장신구입니다. 파시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강도도 좀 있는 편이라 작은 손빗으로 써도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귀하께서는 아카데미에 있는 내내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다니셨으니 이런 선물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그냥 빗으로 선물하는 것보다는 재미있고 의외성도 있잖아요? 이왕이면 나중에 한 번쯤 착용하고 계신 걸 구경해보고 싶네요. 아가씨 같다고 놀리게.

    겨울이니 실내면 몰라도 야외에서 물 근처에 갈 때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귀하께서 아무리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아플 때는 있을테니까요. ... 있겠지? 아마도?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용계, 어느 마을의 방파제 옆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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