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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이 그려진 편지지, 알레시아 마이어스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1. 13:05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알레시아에게 보낸 편지는 분홍 벚꽃이 그려진 하얀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알레시아에게 동봉한 선물은 '인형 분실 방지용 마법 팔찌'입니다. 인형에게 채우는 용도의 팔찌와 주인이 착용하는 용도의 팔찌가 한 쌍으로 이루어진 세트입니다. 분홍색 비즈로 만들어진 평범한 물건처럼 보이지만 인형에게 채우는 팔찌에 달린 이름표에 주인이 손수 인형의 이름을 쓰면 마법이 발동해서 언제든 인형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마도구입니다.)

     

     

    언제나 올곧은 눈동자의 알레시아 마이어스 귀하.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었더니, 자연스럽게 수확제에서 봤었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동기인 용족 친구들 중에 따로 부스를 연 엔샤와 자멜과 웰룬드를 빼면 용족이 한꺼번에 다 모여있는 부스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인상이 깊었나봅니다. 그 때는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편지로나마 유니폼이 정말 잘 어울려서 놀랐다고 적어보냅니다. 하지만 용족 친구들은 워낙 다 개성이 넘쳐서 한군데에 같이 모여있는 걸 보는 일은 드물잖아. 내가 놀라는 것도 당연한 거 같아. 그렇지?

    요즘은 귀하께서 손에 엘리를 들고 다니시는 일이 적어지긴 하셨지만,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엘리와 귀하가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둘 다 귀엽잖아요. 아마 제가 '귀여움'에 특히나 집착하던 어릴 때라 더 인상에 깊게 남기도 했나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솔직히 놀라야할 부분은 알레시아의 악력을 버티는 인형이라는 부분 아니었을까 싶긴 해... 예전에 귀하와 악수를 했을 때, 생각한 것보다 힘이 세서 놀랐었죠. 아직도 그 때 잡았던 손의 감각이 생각날 지경입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귀하와 지망하는 반이 같아서 귀하와 자주 마주칠 수 있었던 게 기뻤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몸을 움직이는 쪽에 큰 관심이 없었다보니, 무술 수업을 위주로 다니시던 귀하와 마주칠 일이 적었지요. 작년과 올해는 그 부분을 메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멘카르에서 들으셨던 수업은 어떠셨나요? 이제 내년이면 또다시 반을 바꾸시게 되려나요? 저는 수확제 때 들었던 조언대로 수업을 들으려면 멘카르에 그대로 남거나, 다시 데네브로 돌아가야할텐데... 반을 바꿀 수 있을 때마다 이전에 다녔던 반이 아니라 새로운 반으로 옮겨다녀버릇했더니 마지막으로 페크다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귀하께서는 페크다의 수업을 멘카르에서도 자주 수강하시는 것 같았는데 혹시 나중에 페크다의 심화 수업에 대해서 간단하게 조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몸을 쓰는 일과 거리가 멀었다보니 첫 수업부터 쓰러져서 수업 금지를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요. 가능하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인형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어쩐지 계속 보게 되는 선물도 다 인형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인형 자체를 선물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인형을 파는 곳에서 재미있는 악세서리를 팔아서요. 분실 방지용 악세서리라고 하는데, 겉보기에는 분홍색 자잘한 비즈를 꿴 단순한 팔찌처럼 보이는 물건입니다. 대신, 이 팔찌가 두 개여서 한 쌍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한쪽의 작은 팔찌는 약간의 신축 마법과 함께 작은 이름표가 달려있고, 다른 쪽의 조금 큰 팔찌는 신축 마법 대신 추적 마법이 걸려있었습니다.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팔찌 쪽은 인형에게 채우는 용도이고 큰 팔찌 쪽은 주인이 착용하는 용도라더군요. 네, 인형 분실 방지용 마도구입니다. 귀하께 엘리는 소중한 친구이니, 저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되지 않겠나 싶어 충동적으로 사버렸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좋을텐데요.

    제게는 조금 쌀쌀하거나 약간 정도 보온에 신경쓰기만 하면 되는 무난한 날씨지만, 다른 지방 출신이신 분들께는 몸 상하기 좋은 추운 날씨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 같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시길 빕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계, 인형가게 한쪽에 마련된 편지 코너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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