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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곰인형 스티커가 붙은 편지, 세스 스카일라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0. 13:46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세스에게 보낸 편지는 하얀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이고 수확제 때 받은 스티커를 사용하였습니다.)
(*세스에게 동봉한 선물은 '검은색 토끼 모양 도자기 인형'입니다. 쥐었을 때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속이 완전히 비어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문진으로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친애하는 친구, 세스 스카일라 귀하.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었더니 이전에 귀하께서 집에 놀러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즐거웠고, 재밌었지만 귀하께서 감기로 앓으셨을 때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좀 지난 일이기도 해서 쓰는 거지만, 그 때 부모님께 약간 혼나기도 했었답니다. 몸 약하고 추위에도 약한 친구를 그렇게 바깥에 오래 있게 하면 안된다고 말이죠. 타당한 말씀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귀하 때문에 혼난 거라고 부담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내가 잘못한 거 맞고? 생각해보면 눈에 안 젖게 신경써줬어야 했는데 내가 배려가 부족했지... 미안합니다... 어쩌면 귀하께서는 이 편지를 받고 읽으시면서, 그런 소리를 듣게 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저는 즐거웠고, 즐거움에 빠져서 귀하에 대해서 챙기는 것을 잊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러고보니 그 때 그런 일이 생겨서 말한다는 걸 깜박 잊어버렸던 게 있습니다. 나중에 귀하가 살고 계신 곳에 놀러가도 될까요? 원래라면 헤어질 때 물어보고, 방학 막바지에나 혹은 다음 방학 때 갈 생각이었는데 그대로 잊어버렸더군요. 수확제가 열리기 전에 이야기했었던 지뢰찾기 게임도 챙겨갈 생각입니다. 틈틈이 만들었거든요. 물론 설계가 따로 있는 마도구를 사서 나오는 그림이 바뀌도록 고친 것 뿐이지만요. 테스트 겸 해서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언제가 좋을까요? 개학 이후에라도 알려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 마계에 들렀던지라, 편지를 조금 더 일찍 보냈다면 이번 방학에 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 기억력이 썩 좋진 않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어, 세스...수확제 이야기를 하니까 또 다른 게 생각났는데, 그 때 받았던 스티커는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막 쓰자니 너무 아까워서, 오래 간직할 것에만 붙이고 있지만요. 친구들에게서 답장이 오면 분류함을 따로 만들어 그 스티커로 표시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스티커 받아서 기뻤어요. 음, 부스에서 있었던 일 빼고. 내가 잘못했어. 진짜 잘못했습니다. 이거 사실 안부편지가 아니라 사과문인가보다... 인생을 돌아보게 되네... 하지만 그 때도 한 생각이고, 지금도 하는 생각이지만 친구들을 끌어안겠다고 온몸으로 뛰어들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혹시 그러고 싶은 때가 있다면 꼭 마법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악마에게 마계 물건을 선물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나가다가 귀하가 받고 기뻐하실만한 물건을 발견해버렸지뭔가요. 토끼 모양의 도자기 인형인데 광택이 나지 않게 처리해서 부드럽게 반질거리는 게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진으로 써도 되고, 장식용으로 써도 된다고 하는데 혹시 몰라 강화 마법을 한 번 더 걸어서 보냅니다. 깨지지 않게 처리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역시 불안해서요.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인 게 정말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감기 걸리지 않게 몸 조심하세요. 감기는 춥고 건조할 때일수록 잘 걸린다고 하니까 방의 습도유지에도 신경 쓰시면 좋겠습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계, 도자기 인형 공방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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