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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회색 편지봉투, 빌헬름 룬드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9. 06:45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는 하얀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는 옅은 회색입니다.)
(*빌헬름에게 동봉한 선물은 '[옛날 이야기 속 여신님]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여신의 모습과 각 지방의 민담에 등장하는 여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옛날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본격적인 주석이 빽빽하게 달려있는 책은 아니라 크게 두껍지는 않습니다.)
제비꽃 사탕 같은 눈동자의, 빌헬름 룬드 귀하.
연애편지 아니니까 찢지 마세요. 무시하지 마세요. 발신인란에 플로렌시오, 라고 제대로 제가 서명해서 보낸 거 맞습니다. 사칭 아닙니다. 저는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전에 보니타가 만들었던 제비꽃 사탕을 구경했을 때 그 색이 귀하의 눈색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게 기억나서 적어봤습니다. 하지만 이미 편지를 찢었다면 어쩔 수 없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한 번 정도 버틸만한 강화마법을 걸어서 보낼게. 마법이라도 걸려있으면 찢기 전에 읽어보겠지.
귀하께서는 이 긴 겨울, 어디에 계실까요? 어디든 실내에 계실 것 같긴 하지만, 혹시 어딘가 야외로 나가거나 특별히 방문한 곳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가끔 귀하의 방문 앞이 벽으로 막혀있거나 한 걸 생각할 때마다 제가 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라서요. 겨울이라고 해도 천사들은 선천적으로 추위에 강한 편이니까 바깥을 산책하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길 와중에 잠깐 집에 들러야할 것 같아 천계로 돌아왔습니다. 요즘은 여기저기 눈이 녹는 일 때문에 길이 얼어서 통행이 불가능해지거나, 드물게 눈사태가 일어나는 지역까지 있다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여행길에 오르실 때는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뭐, 솔직히 조난 당해봤던 내가 하기엔 좀 그런 걱정인가?그러고보니 귀하께는 말씀드린 적이 따로 없었던 것 같은데, 전 조난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구조가 빨랐기 때문에 별일은 없었지만요. 익숙한 곳이라고 해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건 중요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알고 있는 몇몇 친구들의 조언으로 생존용 키트를 가지고 다니기도 합니다. 여행용품과도 몇가지 물품이 겹치니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버렸는데, 여하간 안전과 건강은 좀 지나칠 정도로 챙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귀하께서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책 선물을 해도 될지 고민이었지만,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이 책을 보고 귀하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사버린 책이 있어서 편지와 함께 보냅니다. 이미 읽으신 책일수도 있지만 이쪽은 초판본에 가까운 책이라고 하더라구요. 경전에 나타나는 여신님의 모습과 각 세계에 존재하는 민담들과의 연관성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한 번 훑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는 내용인 것 같아서 저도 나중에 읽어볼 생각입니다. 초판본이 아니라 살짝 다른 내용도 있겠지만 그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지 않을까요?
아직 해가 짧고 낮의 온기는 오래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벽난로의 불빛이 더 따뜻해보이는 나날들입니다. 방안이 건조해지지 않게 습도 유지에 신경써주세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천계, 고향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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