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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붉은색 편지봉투, 비벤 V. 자텔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9. 06:19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비벤에게 보낸 편지는 옅은 미색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는 연한 붉은색입니다.)
(*비벤에게 동봉한 선물은 '짙은 감색의 벨벳 매트'입니다. 마법을 걸어서 언제나 먼지 없이 깔끔하게 유지되는 매트입니다.)
아카데미의 소문난 까마귀, 비벤 V. 자텔 귀하.
기호가 확실한 친구가 있다는 건 선물 고르기도 어렵지 않다는 거고, 선물을 살 수 있을만한 여행경로를 짜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뜻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벤 멋져 사랑해 최고야매번 친구들에게 보내는 선물마다 고민이 깊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 문단에 대해서는 그냥 잊어주세요.제가 생각해서 선물을 고르는 과정은 물론 즐겁지만, 선물을 받은 상대방이 기뻐해주길 바라는 마음 또한 함께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겐 비밀이지만, 어떤 잡화점에서는 하도 고민을 오래하다보니 폐점 시간까지 있다가 쫓겨난 적도 있었어요. 귀하께서는 어떠신가요? 폐점 시간까지 상점에 있다가 쫓겨나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저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죄송합니다" 밖에 없었어요. 저 말고 다른 손님도 없었던 걸 알았을 때는 정말로, 진심으로. 일찍 퇴근하실 기회를 빼앗았나 싶기도 했다니까요. 그래서 그 다음날에는, 그 대신이라기엔 좀 그렇긴 해도 그 잡화점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많이 샀습니다. 저도 잡화점 아르바이트를 해봤었으니까 남일 같지가 않았죠, 아무래도.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냥 아무것도 안 사는 게 더 나았을지도...? 계산하는 거 귀찮잖아... 나만 그래?
수확제에 귀하께서 내셨던 부스를 못 가본 게 약간 후회가 됩니다. 저는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게 즐기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혹시, 나중에라도 시간이 되시면 간단한 게임 같은 거라도 함께 어떠실까요? 룰이 너무 복잡한 것은 외우느라 시간이 다 가버리겠지만 그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아예 판을 키워서, 친구들 사이에서 할 수 있을법한 간단한 카드게임을 퍼뜨려서 토너먼트 대전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대련과는 다른 방향의 경쟁이 될테니까 신선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카드게임을 핑계 삼아 같이 있을 시간을 늘릴 수 있으니 즐거울 것도 같습니다.
동봉하는 선물은 벨벳으로 짠 짙은 감색의 매트입니다. 수확제 이야기를 적어서인지, 귀하의 취미를 떠올려서인지는 가늠이 잘 안되지만... 카드놀이용 플레이매트로 써도 괜찮다고 하고, 소장품을 보관할 때 아래에 깔아두는 용도로 써도 괜찮다고 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귀하의 소장품은 앞으로 더 늘어날테니까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렇게 사용하시게 된다면 진부한 말이기는 하지만 귀하께서 소장품을 들여다볼 때마다 제 생각을 해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에서는 겨울에 대한 관용구가 있는 모양입니다. 차가운 손을 가진 아름다운 이, 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귀하의 손이 차가웠던 것이 문득 생각이 납니다. 차가운 손을 가진 아름다운 이의 손끝에 따스한 온기가 돌 때, 다시 뵙겠습니다. 물론, 귀하의 손에도 조금 더 온기가 도는 겨울이기를 빕니다.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천계, 겨우살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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