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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이 그려진 편지, 아카드 C. 레가투스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1. 12:06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아카드에게 보낸 편지는 검은 용이 한쪽 귀퉁이에 그려진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는 편지지와는 반대로 검은 봉투에 하얀 용이 그려진 봉투입니다.)

    (*아카드에게 동봉한 선물은 '수정 오르골'입니다. 내부에 사용된 부품까지도 전부 수정을 가공하여 만든 오르골입니다. 편지에도 언급된 것처럼 금속음이 아니라 나무 실로폰 같은 소리가 납니다. 연주되는 곡은 평범한 자장가입니다.)

     

     

    수확제 인기 카페의 사장님, 아카드 C. 레가투스 귀하

     

    수확제 때 일이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보니, 다른 친구들의 부스를 많이 못 가본 것이 아쉽습니다. 귀하께서 여셨던 부스도 재밌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처음에 홍보지를 돌리실 때는 그 내용이 내용이라 다들 술렁였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물론 남말할 처지는 아니라, 저도 놀랐었고요. 하지만 나중에 귀하의 부스에 다녀온 친구들을 보니 데코레이션이 귀여운 커피더군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아깝다. 나도 한 잔 달라고 해볼걸 그랬어.

    저는 예전부터 요리에는 썩 재능이 없었고, 지금은 어찌어찌 레시피대로만 만들면 무난하게 나오는 수준이 되긴 했지만 예쁜 장식 같은 것은 영 서툴러서요. 귀하께서 만드셨던 커피를 보고 손재주가 부럽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카드 손 훔치고 싶다... 거기에 그 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이 또 용족 친구들이었어서 그것도 꽤 즐거워보였습니다. 같은 유니폼까지 갖춰입고 있으니 정말 사이좋아보이기도 했구요.

    수확제 이야기의 연장선인데, 귀하께서도 무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남겼다고 들었습니다. 저야 그 때 자리에 없어서 회장의 열기를 직접 느껴볼 일이 없어서 그게 참 아쉽더군요. 장래 부를 수 있는 노래 레퍼토리에 추가할 수 있었을텐데. 나중에 귀하께서 대련하실 때 대련장에 가서 구경이라도 해봐야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간접적으로나마 귀하의 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왕이면 다른 사천왕무투대회 상위입상자들과 대련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니 여행하던 중에 어느 지방에서 귀하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마을에 다녀오셨다는 분께서 어찌나 실감나게 이야기를 하시는지 그 이야기만 듣고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겠다 싶었다니까요. 다만 그분께서 말씀하실 때 붙임성 좋은 싹싹한 청년이라고 묘사하셔서 귀하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혼란한 때일수록 그런 미담은 사람들의 버팀목이 되어주기 마련이니, 그의 소문을 수집해서 노래로 만들어볼까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개학하면 한 번 들려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선물로 노래를 보낼 수는 없으니 그 대신으로 수정으로 만든 오르골을 보냅니다. 특이하게 금속판이 아니라 마법을 건 수정을 건반으로 삼아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보통 오르골에서 나는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마치 나무로 된 실로폰을 연주할 때 같은 소리가 나는 게 신기했습니다. 귀하의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겨울의 도중입니다. 저보다야 당연히 귀하께서 건강하시겠지만, 그래도 몇마디 정도는 걱정하게 허락해주시겠어요? 추위에 조심하세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인간계, 아카데미 건물이 멀리 보이는 거리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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