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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잎사귀 그림이 그려진 편지, 다에바 라케누에게.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2. 05:25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다에바에게 보낸 편지는 녹색 잎사귀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녹색 잎사귀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플로렌시오가 장난으로 다에바 30바퀴 라케누라고 편지봉투 구석에 작게 낙서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에바에게 동봉한 선물은 '빨간색 색의 끈을 엮어만든 튼튼한 팔찌'입니다. 편지에 쓰인대로 길이가 팔찌치고는 길어서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플로렌시오는 해당 팔찌 한쪽 끝에 새끼손톱만한 동그란 금색 장식을 매달았습니다.)
늘 믿음직한 옆방 친구, 다에바 라케누 귀하.
귀하께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 때마다 하는 걱정이지만, 혹시라도 제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거나 한다면 꼭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방의 다른 쪽 옆은 창고고, 다른 쪽 방을 귀하께서 쓰고 계시는데 창고 쪽으로야 무슨 소리가 나건 상관 없겠지만 귀하의 수면이나 집중을 방해해서는 안될 노릇이니까요.
방이라고 하니 또 생각났는데 귀하의 방은 어질러져있다가도 정리되어있기도 하고, 또 정리됐던 것 같았는데도 어질러져있기를 반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나중에 방 정리를 할 때 일손이 필요하다면 불러주세요. 저도 정리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도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내 생각인데 비벤 방과는 다른 의미로 들어갔을 때 길 잃어버리면 큰일나는 방이라고 생각해.
학기중에 빌려주셨던 노트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기초가 필요한 수업들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언젠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어떤 보답이 좋으실까요? 간식거리로 보답하는 것도 무난하게 괜찮겠지만, 그 노트를 받았던 건 제게 도움이 된 이상으로 기쁜 일이기도 했었으니까요. 무언가 형태가 남을만한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귀하께서 바라시는 도움이 있다면요. 그리고 솔직히 내가 신세를 지는 비율이 앞으로도 더 높을테니까 미리 보답하는 겸 해서?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해줘.
귀하께서 악기 연주를 하시는 걸 보았는데, 다른 친구들 몇 명 더 꼬드기면 정말로 합주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엔샤에게 작은 북을 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면 역시 평소에도 시끄러울까요? 아예 큰 북을 주면 평소에는 안 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엔샤니까 그런 건 다 상관없이 자기 내키는대로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잘 어울리긴 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귀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선물을 고를 때는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귀하께 보낼 선물은 고민이 좀 되네요. 너무 작은 걸 보내면 방안에서 잃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고 책 선물도 아닌 것 같고, 먹을 걸 보내자니 귀하께서 편지를 언제 받으실지 모르니까요. 지금 방문해있는 용계에는 이런저런 유용해보이는 물건이 많아서 더 망설이게 됩니다.
고민 끝에 빨간색 끈으로 엮어만든 팔찌를 첨부합니다. 팔찌라고는 하지만 길이도 꽤 길고 튼튼해서, 파시는 분께서는 다른 물건에 장식해서 매다는 용도로 써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팔찌로 쓸 때는 여러겹 빙빙 두른 다음에 고정해서 쓰는 것 같았습니다. 참, 팔찌에 걸려있는 장식은 제가 따로 단 겁니다. 그냥 끈팔찌라고 생각하니까 밋밋해보여서요. 혹시 귀찮겠다 싶으면 따로 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인데, 기타에 장식해도 멋질 것 같은 끈입니다. 취향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귀하께서도 저와 같은 천계 출신이니 당연히 아실 걸로 믿지만, 어딜가든 몸 조심하시길 빕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에 몸이 젖었을 때는 꼭 바로 말려주지 않으면 천사건 인간이건 공평하게 감기에 걸릴테니까요.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용계, 어느 잡화점 담벼락에 기대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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