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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징 없는 하얀 편지 봉투, C.S 데이지에게.
    플로렌시오 로그/16살이 16살에게. 2023. 9. 1. 19:34

    (*해당 편지는 플로렌시오가 16살 겨울방학에 보낸 편지입니다. 답장은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고, 안 주셨다고 날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선물을 받아서 임의로 처분하셨다고 해도 괜찮으며 아예 안 읽었다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편지를 보냈을 거다~ 에 대한 기록로그에 가까우므로 편지를 받은 이후의 부분은 완전히 자율에 맡기겠습니다. 날조 환영하며 17세 이후에 해당 편지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뭐든 맞춰드립니다.)

    (*중간중간의 옅은 글씨는 실제로도 좀 흐릿하게 쓴 것이 맞으며, 더러는 지웠거나(취소선)한 흔적이 보이는 글줄입니다.)

    (*데이지에게 보낸 편지는 특징 없는 하얀 편지지입니다. 편지봉투도 같은 디자인입니다.)

    (*데이지에게 동봉한 선물은 '반쯤 굳은 용암을 흘려넣은 마름모꼴의 유리 장식품'입니다. 유리 장식품의 크기는 아카데미 펜던트와 비슷한 사이즈이며 편지 내에도 언급되어있듯이 손난로 용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수확제의 주인공 C.S 데이지 귀하

     

    수신자란에 수확제 같은 단어를 조금이라도 언급했다간 개학하고 난 이후가 큰일일 것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하지만 쓰려고 했던 건 사실이라 잘 보면 지워진 흔적 같은 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련 요청은 거절하지 않지만 대련장에서 나갈 수 있게는 해주세요, 부디.

    이 편지는 요정계의 어딘가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방금 창 밖으로 한무리의 요정 아이들이 날아가는 걸 봤습니다. 이제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날아다니는 것 자체는 저도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날개가 있다는 건 가끔 부럽긴 하더라구요. 귀하께서는 제 기분을 이해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수확제 때에 귀하의 부스에 들러보지 못한 게 약간 후회가 됩니다. 재밌었을 것 같았고, 실제로 부스 후기가 좋았던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즐거웠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머리모양쯤, 망친다고 대수겠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 미용실력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프레데리크에게 귀하가 해주셨던 머리모양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아, 마이너스의 머리모양도요. 그 때 웃다가 의자를 짚는다는 게 잘못해서 허공을 짚은 바람에 그대로 넘어졌었거든요. 바닥에 쓰러지고서도 한참을 웃었습니다.

    겨울방학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올테고, 우리에게는 이제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시간이 2년 밖에 남지 않았네요. 귀하께서는 이번에 어느 반을 선택하실 예정이실까요? 그리고 이후에는 어떤 길로 나아가실 예정이실까요? 물론, 대답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궁금하기는 하지만 반에 대해서야 어차피 개학하면 알게 될 거고, 그 이후의 미래야 또 2년이나 남았으니까요. 위에서는 2년 밖에, 라고 해놓고서 지금은 또 2년이나, 라고 쓰다니 모순적이기 그지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정에게 요정계의 선물을 첨부해서 보내는 건 좀 그럴까, 싶은 마음에 이전에 들렀었던 마계의 상품을 첨부해서 보냅니다. 반쯤 굳은 용암이 들어있는 목걸이라더군요. 마법 처리를 해서 절대 깨지지 않는 마름모꼴의 유리 안에 담아놨는데, 얼핏보기엔 그냥 보석 브로치나 펜던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 붉은 빛이 은은히 감도는 게 예쁘다고 생각해서 고른 물건입니다. 사이즈는 작아도 자체적으로 열기를 품은 물건이라 손난로처럼 사용해도 된다나요. 귀하의 마음에 들었다면 좋겠습니다.

    겨울이라 날씨가 차갑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바깥에서 활동할 때는 꼭 따뜻한 물을 챙겨다니시면 좋겠습니다. 옷차림에도 물론 신경쓰시구요. 데이지라면 나보다도 어련히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편지의 관용어구란 게 대체로 다 그런 법이니까 이해해줘.

    답장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은, 답장 주시지 않아도 개학 이후의 재회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요정계, 수호목의 어느 가지 아래에서
    플로렌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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